2018/07/09 00:05

2018 / 시간여행지, 군산 #국내




이틀 일정으로 군산을 다녀왔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것 같다.

어디든 좋았다.
어찌 되든 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여기를 좀 벗어나자, 바람을 좀 쐬고 오자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말 단 1초도 주저하지 않고 군산을 왕복하는 버스 티켓을 예매하고 있었다.
우등버스로 좀 편하게 갔다 올지, 저렴하게 일반 고속버스를 예매할지 여부만 살짝 고민했을 뿐
그 외의 고려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싼 표로 예매했다)

왜 하필 군산이었을까, 하고 생각한 건 조금 시간이 지나서였다.

예전에 갔을 때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혼자 갔었고 날씨가 흐렸고 비도 좀 왔었다.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나처럼 혼자 온 이들은 많았으며 조용하고 한적했다.
조용히 비가 올 때 들어가서 둘러보았던 히로쓰가옥의 정원과 내부의 그 정갈한 분위기.
해망굴까지 걸으며 느꼈던, 시간이 멈추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고 느낀 군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
그냥 그 모든 게 다 좋았다.

그리고 그게 7년 전이었다.



2018. 07. 07 ~ 08 / 군산



#1 화담여관

고속터미널에서 군산까지 3시간이 조금 안 걸렸다.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화담여관으로 갔다.
시내버스를 한 10분 타고 내려서 5분 정도 더 걸었던 것 같다.

작년 말에 문을 연 곳인데, 요즘 군산 여행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핫하다.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외관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거실인데, 도착했을 때 한창 청소중이었다.
게스트파티 할 때도 저기서 한다.
입실은 오후 3시부터고 그 전에 미리 방문해서 가방을 맡겨놓을 수 있다.

여기는 중앙 정원이라고 부르던 곳인데,

밤에는 불을 켜서 이렇게 된다.
테이블 펴놓고 맥주 갖다놓고 둘러앉으면 굉장히 신날 만한 곳이다. ㅋㅋㅋㅋ

4인 도미의 경우 각 침상마다 커텐이 있다.
커텐만 쳐놓으면 완전히 차단된다.
굉장히 깔끔하고 에어컨도 잘 나오고 룸 컨디션은 흠 잡을 데 없을 정도로 좋다.

1박 25,000원 / 4인 도미 기준
매일 파티가 있는데, 참가비 5000원이고 음식은 준비되지만 술은 각자 알아서 마실 만큼 사 와야 한다.
당연히 참가 신청을 했었지만... 나중에 문자가 와서 하필 그 날만 게스트파티 참가자가 없다고 했다.
1명만 있어도 원한다면 파티 한다고 말씀하시고 환불할 건지 그냥 참석할 건지 말해달라고 해서
아쉽지만 참석 안하는 걸로 하겠다고 했다...
혼자라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으면 게스트하우스 주인분이나 스태프 분들이 어떻게든 놀아주셨을 것 같다.
근데 그러기엔 좀 죄송스럽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만족할 곳이다.
나처럼 운 없게 게스트파티가 취소만 되지 않는다면.
하지만 굳이 파티 안 해도 너무나 편하게 쉬고 온 곳이라서, 군산 여행을 고려하는 이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2  시간이 멈춘 곳

군산, 하면 보통 추천하곤 하는 몇 군데 관광지가 있는데,
선유도나 새만금 방조제같은 차를 끌고 가야 하는 곳을 제외하면 시내 쪽에 몰려 있어서 걸어서도 충분히 다닐 만하다.

근대역사박물관, 동국사, 히로쓰가옥, 초원사진관, 진포해양공원, 해망굴
맛집으로는 이성당, 복성루 등.

그런데 난 저런 곳은 이미 예전에 다 돌았다.
차가 있거나 시간 여유가 있으면 선유도를 가면 참 좋았겠지만, 그럴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시내를 걷다가 맛있는 거나 먹고 오자 싶었다.

그래, 맛있는 거...
지린성으로 갔다.

메뉴판 참고하시구요.

백종원이 맛집으로 강력 추천했던 곳이다.
가게 입구에 사람들, 그리고 횡단보도 건너편에까지 쭉 늘어선 사람들...

저 때 시간이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더웠다. 정말로...

어디가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줄 서서 기다리는 걸 평소 좋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봤자 나도 별반 다를 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ㅠㅠ
한 4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렇게 기다렸던 이유는 여기 고추짜장이 워낙 맛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는데..

나왔다.
네, 고추짜장 되시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이 참 맛없게 나왔다.
사실 저 정도는 아니고 비주얼은 꽤 괜찮다. 매콤한 향도 막 올라오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꽤 맛있는 축에 든다.

저 정도로 줄을 서서 먹을 가치가 있느냐 한다면, 거기까진 글쎄요..

그런데 엄청 맵다.
난 매운 걸 꽤 좋아하는 사람인데도 이거 꽤 고생해서 먹었다. 매운 걸 못 드시는 분은 좀 고려해보길 바란다.
여기가 고추짜장이 제일 유명하긴 하지만 다른 메뉴도 있으니까..

근데 군산에는 복성루도 있고, 빈해원도 있고. 하여튼 유명한 중국집이 많다.
고추짜장 먹으러 올 게 아니라면 여기에서 굳이 줄을 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ㅠㅠ...
혼자 왔는데 4인 테이블을 통째로 하나 줬다.
사람들이 많아서 종업원이 앉으라는 대로 앉는 시스템인데,
혼자 먹기에는 bar형식으로 된 테이블도 있어서 거기 앉혀 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가 입구 쪽이라서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 보는 곳이었다.
이런 걸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건 알지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괜시리 좀 미안했다.
난 그냥 합석시켜도 상관 없었는데...

혼자 왔더니 괜히 좀 서럽네.

안 그래도 엄청 매운 걸 먹었는데 날씨가 엄청 더워서 힘들었다. ㅜㅜㅜ
이성당이랑 관광지 몰려 있는 구시가지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길을 잃어서 골목을 헤매는 중이다.
그런데 정말 별 것 아닌 골목이었는데 의외로 이뻤다.

어딜 가든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이런 골목 골목이 좋다.

그랬다고 합니다.
: )

골목길 계단을 올라오니 공원이 있다.
진짜 그냥 왠만한 동네에 있는 어르신들 마실 나오는 장소.
앉아 있으니까 시원하고 좋더라 ㅋㅋㅋㅋ

다음은 마리서사로 향한다.
조그만 서점이다.

책 좋아하고, 감성적인 사람들이 오면 딱 좋을 곳이다.
응 딱 나네.. ㅋㅋ

생각보다 작은데 굉장히 좋았다.
거의 여자들만 들어오던데, 남자 혼자 있으니 그건 좀 그렇긴 하더라만은.

내부 인테리어도 신경 많이 쓴 듯 했고, 사진에서 보듯 책에 이런저런 설명을 담은 글귀를 붙여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선물용으로 시집 하나를 샀다.


시간이 멈춘 곳.
이성당 뒤쪽으로 관광 포인트가 몰린 마을이 있다.
동국사, 히로쓰가옥, 초원사진관, 해망굴 등등이 있다.
난 예전에 다 돌아본 곳이기도 해서 그냥 빠르게 지나왔다.

목마르고 더워서 카페를 찾아 들어가기로 했다.
중간중간 에어컨 쐬 주지 않으면 이젠 여행이 안 된다. ㅠㅠㅠㅠ

카페 '틈'
블로그같은 데서 꽤 유명하길래 일부러 찾아왔다.

담쟁이덩굴로 온통 뒤덮인 외관이 굉장히 인상적인 곳이다.
저 문 앞에서 사진찍는 사람들도 꽤 있다.

외부도 이쁘지만.


내부가 굉장히 이쁜 곳이다.
여자친구 있는 사람이면 데려오면 굉장히 좋아할 만한 곳이다.

키위바나나 주스 하나 시켜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때웠다. 꽤 맛있다.

여기에 앉아 있는 동안 위에서 얘기한 게스트하우스 파티 참석자가 없다는 문자를 받아서
급하게 사장님께 군산에서 혼술할 만한 곳이 어디 없냐고 여쭤봤다.

다행히 답장을 빨리 해주셔서, 추천받은 곳으로 갔다.
오후 7시쯤 됬었던 것 같다.


#3 메카닉

두 군데를 추천받았는데, 일반적인 소주나 맥주를 마실 거면 '째보식당'이라는 곳을 추천받았고,
크래프트비어나 칵테일 등은 '메카닉mechanic'을 추천받았다.

째보식당은 검색을 해 봤는데, 여기도 꽤나 괜찮은 곳인듯 했고 혼자 먹기에도 좋아 보였다.
각종 해물 위주로 깔끔하게 나오는 곳 같아서 꽤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bar스타일로 된 곳이 가고 싶어서 메카닉 위치를 검색해서 바로 찾아갔다.

이런 곳입니다.
여기는 내가 앉았던 1층 입구쪽이다.

2층도 있는데 테라스에서 마실 수 있게 꾸며놨다.
사진 정말 못 나왔다.
좀 어두워지고 사람들 좀 모이면 분위기 정말 좋을 것 같다.

혼자 먹기에는 1층이 나아 보였다.

출구 손잡이가 기타 손잡이로 되 있다.
ㅋㅋㅋㅋㅋㅋ

ㅋ맥주
장기하와 얼굴들이 제작에 참여한 맥주라고 한다.
왠지 ㅋㅋ 거리고 싶어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쵸랑 감튀 시켜서
혼자서도 씩씩하게 맛있게 잘 먹고 나왔다.

맥주 저거, 2+1 행사중이었는데
괜히 지금 3병 다 마시고 올 걸 하고 후회하고 있다 ㅋㅋㅋㅋ
2병만 마시고 왔는데.

나름 분위기 괜찮고,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인테리어도 꽤 좋아서 추천할 만 하다.
다만  가격대는 서울 쪽이 생각날 정도로 좀 있는 편이다.

시간 보내기 딱 좋다.


#4 둘째 날, 마무리

둘째날에는 9시쯤 깼던 것 같다.
숙소에서 10시쯤 체크아웃하고 바로 이성당으로 갔다.

예전에 갔었을 때 단팥빵도 사먹고 다 했었지만
그래도 왠지 군산 하면 이성당이어서.

7년 전과는 달리 신관도 생겼다.
근데 신관은 꽤 한산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구관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알고 봤더니 신관에는 단팥빵이 안 나오고 구관에만 단팥빵이 나온다.

문제의 단팥빵이다.
저걸 쟁반에 거의 40개 정도 담아서 계산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사실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
그정도로 이성당 단팥빵은 꽤나 유명하다.

물론 맛있지만 단팥빵이라는 범주 하에서 충분히 상상 가능한 그런 맛이다.

난 딱 단팥빵 2개, 야채빵 2개만 샀다.

디저트 종류도 꽤 많았다.

시간이 좀 남아서 진포해양공원 가서 낮부터 맥주 하나 까 마셨다.
버릇 나온다 ㅋㅋㅋㅋㅋㅋ

칭따오에서 밀맥주가 새로 나왔더라.
나름 괜찮았다.

군산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성당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밥하지마'

쇠고기무국이 유명하고,
저렴한 가격에 가정식처럼 깔끔하게 나와서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는 곳인 듯 하다.

밥은 밥솥에서 무한정 셀프로 퍼오면 되고,
주문하면 국을 떠서 주신다.

별 거 없어 보이는데 먹어보면 정말 괜찮다.
원래 소고기무국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니 좋았다.
정말 말 그대로 가정식 느낌이었다.

군산 와서 부담스럽지 않게 한 끼 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어제 갔던 카페 '틈'이 '밥하지마'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울로 가는 버스 시간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갔다.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2층에 사람이 없어서 2층으로 갔다.



아무 것도 안 했지만, 정말 많은 것을 하고 온 군산 여행.
갑작스럽게 떠난 것 치고 꽤 좋았고, 심적으로도 많은 위안이 된 것 같다.
예전이 떠오르기도 했고.

필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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